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ESG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후 테크 스타트업, 그들의 IR 전략

news062525 2025. 6. 27. 02:10

2025년 현재, 전 세계 벤처 투자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단연 기후 테크(Climate Tech)다. 글로벌 기후 위기가 심화되며 기업과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술 기반 해법에 눈을 돌리고 있고, 이에 따라 탄소 감축, 에너지 전환, 폐기물 처리, 물순환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ESG 기준을 적용한 임팩트 투자사, 연기금, 정책금융기관 등은 기후 영향력을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금 조달 자체보다도, 기술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환경적 효과를 어떻게 ‘정량화’하여 설득하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이룬 스타트업들은 전통적인 재무 중심 IR에서 벗어나, 환경 임팩트 중심의 IR 전략을 개발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ESG 투자 유치에 성공한 실제 기후 테크 스타트업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환경을 설득’했는지, 어떤 지표와 언어로 투자자를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탄소감축 기술의 수치화: 에코트레이서의 데이터 기반 IR 방식

 

국내 기후 테크 스타트업 ‘에코트레이서(EcoTracer)’는 중소 제조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자동 측정·관리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해 2024년 ESG 임팩트 펀드로부터 3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에코트레이서의 핵심 IR 전략은 단순한 탄소 관리 솔루션이라는 기술 소개가 아니라, "탄소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예측·측정·증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방식이었다.

이 기업은 실제 고객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후 탄소배출량 변화를 시각화한 그래프와 함께, ‘톤(tCO₂e)당 감축 비용’, ‘Scope별 감축 기여도’, ‘배출 인증서 발급률’ 같은 ESG 특화 지표를 IR 자료에 포함시켰다. 또 국내외 탄소 회계 기준(GHG Protocol, ISO 14064)을 직접 준수하고 있음을 IR 자료에 명시하고, 기술적 검증 과정을 외부 감리기관의 레터로 첨부함으로써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처럼 단순한 ‘우리는 친환경 기술입니다’라는 설명을 넘어서, 투자가 가져올 환경적 ROI를 수치화해 제시하는 전략은 임팩트 투자사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들었다. 특히 IR 자료의 40% 이상을 ‘환경 성과 예측’에 할애한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이는 전통 IR과 차별화된 ESG 중심 IR 방식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환경 임팩트를 스토리텔링으로 설득한 써큘라에너지의 전략

 

기후 테크 분야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례는 분산형 폐열 회수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써큘라에너지(Circular Energy)’다. 이들은 중소형 공장 및 건물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해 재활용 전력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하반기 K-ESG 그린펀드로부터 55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써큘라에너지의 IR 전략은 에코트레이서와는 조금 다르게, ‘사회적 공감’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환경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이들은 IR 피칭에서 “서울 금천구 인쇄공장에서 회수한 폐열로 5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전기를 만든다”는 구체적 메시지를 제시했고, 실제 현장 사진, 사용자 인터뷰, 운영 대시보드 영상 등을 포함해 ‘기술이 실제로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환경 데이터를 나열하는 방식보다 투자자들의 감정적 연결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또한 써큘라에너지는 투자자 대상 ESG 브리핑에서 향후 5년간 누적 CO₂ 감축량 예측치와 함께, 그 수치가 어떤 정책 목표(예: NDC, 탄소중립 2050)와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며 국가 전략과의 정합성까지 강조했다. 이런 방식은 임팩트 투자사뿐만 아니라 정책 금융기관의 관심까지 유도했으며, 이중 금융(보조금+투자) 구조로 연결되었다. 그 결과, 써큘라에너지는 기술력뿐 아니라 정책 연계 가능성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력을 모두 인정받은 사례로 남게 됐다.

 

기후 스타트업이 IR에서 주의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전략

 

ESG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력이나 시장 잠재력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환경 성과의 정량화다. 탄소 감축량, 에너지 효율 개선율, 물 사용량 절감 등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해야 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뢰 가능한 계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성과의 실시간성과 투명성이다. 많은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기술이 실제로 고객사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실시간 데이터로 보고 싶어 한다. 따라서 API 기반의 대시보드, 감축 실적 리포트 자동 생성 등의 기능이 IR 시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셋째, 정책 및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이다. 단순히 ‘좋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정책과 ESG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전략이 있을 때만, 투자자는 해당 기술이 향후 규제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기후 테크 스타트업은 보통 기술 중심의 팀이기 때문에, IR 과정에서 감정적 설득이나 시장 설명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경 임팩트를 전달할 때는 숫자와 감정, 기술과 사회적 메시지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에코트레이서와 써큘라에너지의 사례처럼, 정량성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IR 전략만이 진짜 ‘ESG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

설득 가능한 ESG 언어

기후 테크의 진짜 경쟁력은 ‘설득 가능한 ESG 언어’에 있다

 

기후 기술은 이제 단순한 신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영역이다. 하지만 이처럼 절박한 문제도 투자자 입장에선 ‘명확히 설명되고 수익화 가능해야’ 자금이 유입된다. 따라서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기술이 어떻게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한 언어와 수치로 설명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에코트레이서는 탄소 데이터를 수치로 정리했고, 써큘라에너지는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연결을 만들었다. 이처럼 각자의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환경을 숫자와 이야기로 설득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ESG 투자는 더욱 세분화되고, 요구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력보다 ‘기후 임팩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진짜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선, 이제 기술뿐 아니라 IR 전략까지 ESG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첫 번째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