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폐기물을 예술로: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디자인 기반 스타트업 사례

news062525 2025. 6. 26. 23:00

2025년 현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기존의 생산-소비-폐기 구조에서 벗어나, 자원을 다시 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 순환 구조는 이제 단순한 친환경 개념이 아니라, 경제 모델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은 소비를 유도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폐기물을 다시 디자인해 새로운 제품, 공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넘어, 그것을 ‘욕망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심미적 감각까지 결합해 폐기물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순환경제를 실현 중인 디자인 기반 스타트업 사례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폐기물을 예술로 재해석하며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디자인

트래쉬버스터즈: 일회용품 없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도시 디자인 기업

 

‘트래쉬버스터즈(TRASHBUSTERS)’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리유저블 용기 서비스를 기반으로 탄생한 디자인 중심 ESG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각종 행사, 페스티벌, 푸드트럭, 문화 공간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대신, 세척 가능한 다회용 용기를 제공하고, 수거 및 세척까지 직접 관리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단순한 용기 대여 사업을 넘어서, 이들은 공간 전체의 디자인 개념을 바꿔버렸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리유저블 용기의 소재, 색상, 형태를 브랜드 컨셉에 맞게 디자인하며,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또한 행사장 내 쓰레기통의 위치, 안내 사인, 수거 스테이션의 형태까지 UX 기반으로 설계하여,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친환경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을 넘어서 행동을 바꾸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2024년에는 서울시, CJ문화재단과 협력해 대규모 문화행사에 리유저블 솔루션을 적용하며, 단 3일 만에 일회용품 1.2톤 감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시스템은 현재 프랜차이즈형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며, 디자인과 환경이 만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 폐플라스틱을 감성 오브제로 바꾸는 디자인 공방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플라스틱 방앗간’은 사용 후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는 디자인 리사이클링 스튜디오다. 이들은 플라스틱 병뚜껑, 세제통, 식품 포장재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색상과 소재별로 수거하고, 자체 압착 및 성형 장비를 활용해 컵받침, 트레이, 조명커버, 예술 조형물 등으로 제작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차별점은 단순한 리사이클링이 아니라, 제품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은 “서울 성수동 3개월간 수거된 병뚜껑 2,500개로 만든 작품”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이처럼 디자인+지역+환경 데이터를 융합한 접근 방식은 구매자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동시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이 같은 방식으로 지역 학교, 기업, 카페와 협력하여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리사이클 제품을 매개로 한 워크숍 기반 ESG 교육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처럼 폐기물을 예술적 오브제로 전환시키는 ‘로컬 디자인 순환경제’ 모델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재 일본·홍콩 등으로 전시 및 기술 협력도 진행 중이다.

 

뚝딱랩: 산업 폐기물을 소재로 공간 디자인을 제안하다

 

뚝딱랩(TtuktakLab)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기물과 폐목재, 금속류 자재 등을 재해석해 공간 및 가구 디자인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B2B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기존에 단순히 파쇄되고 소각되던 자재를 디자인 재료로 분류·가공·설계해, 카페 인테리어, 오피스 가구, 전시 공간 구조물 등에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뚝딱랩의 핵심 기술은 산업 폐기물의 패턴, 텍스처, 내구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기반 매칭 시스템을 통해 디자인 목적에 적합한 조합으로 구성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폐철근과 폐목재를 조합해 철제책상과 스툴을 만드는 경우, 감각적 디자인뿐 아니라 실제 강도, 내열성 등의 물성 데이터를 기준으로 구성된다. 이 기업은 최근 대형 오피스 체인과의 협업을 통해 ESG 오피스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자재의 84%를 폐자재로 구성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 현대건설과 함께 ‘폐기물 재구성 디자인 전시’도 주최하며, 디자인이 ESG 실천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뚝딱랩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데이터 기반 자원 순환 설계라는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순환경제의 미래, 예술적 감성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완성된다

 

폐기물은 더 이상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버리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적 산물이다. 디자인 기반 순환경제 스타트업들은 이 지점을 포착하고, 쓰레기를 다시 삶의 일부로 되돌려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재의 형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인식과 행동을 디자인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공간과 동선을 디자인하며 환경 행동을 유도하고, 플라스틱 방앗간은 감성과 정보를 결합해 지역 기반 스토리텔링을 실현하며, 뚝딱랩은 산업 폐기물을 구조적 자원으로 전환한다. 이처럼 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순환경제가 단순한 환경 전략이 아닌 하나의 창조적 산업이 되기 위해선, 예술적 감성과 기술적 사고가 융합된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들은 ‘쓰레기’를 단지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가치로 재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