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환경을 생각하는 배달 스타트업, 친환경 포장재 전환 사례

news062525 2025. 6. 27. 05:18

2025년 현재, 한국의 하루 배달 건수는 300만 건을 넘어섰다. 편리함은 생활을 바꿨지만, 그 대가로 쏟아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사회적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중 약 32%가 배달 서비스 포장재에서 발생하며, 이는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한 다층 구조 또는 오염된 재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환경보다 비용'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흐름에 반기를 든 소수의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 소재, 다회용 용기, 종이 기반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하며, 배달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ESG 평가를 받는 기업들과 협업해 탄소 절감 수치를 정량화하고, 고객의 행동까지 바꾸는 방식을 도입하며 환경과 수익을 동시에 잡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친환경 포장재 전환에 성공한 국내 배달 스타트업들의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그들이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와 시장을 설득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SG 파트너사로서의 입지

'그린디쉬':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으로 일회용 제로에 도전하다

 

‘그린디쉬(Greendish)’는 다회용 배달 용기 회수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배달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기존의 일회용기 대신 스테인리스 소재의 내열 다회용기를 배달에 적용하며, 이를 세척·소독 후 재사용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사용자는 배달 음식을 먹고 난 뒤 문 앞에 용기를 두면, 그린디쉬의 전용 회수 팀이 방문해 수거하고 세척 센터로 보내는 방식이다.

그린디쉬는 기존 배달 플랫폼과 협업하지 않고, 자체 앱을 운영해 친환경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독립 생태계를 형성했다. 2024년 기준, 서울·성남·수원 지역에서 월간 평균 2만 건 이상의 주문이 이뤄졌으며, 누적 절감된 일회용기 수는 약 120만 개에 달한다. 이 기업은 탄소배출 감축량을 제품별로 환산해 제공하며, 고객은 앱에서 본인의 탄소 절감 수치와 리워드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시화된 환경 효과’는 사용자의 재구매율을 72%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그린디쉬는 ESG 투자 기관으로부터 2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실증성과 친환경 메시지를 동시에 입증했다. 특히 스타벅스, 현대백화점 푸드코트 등과 제휴하여 B2B 영역으로도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페이퍼푸드랩’: 종이 포장으로도 고온 배달 가능한 신소재 기업

 

‘페이퍼푸드랩(PaperFoodLab)’은 고온·고습에도 견디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개발해 배달용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종이 포장재는 특수 코팅 처리 없이도 액체류와 기름 성분을 차단하면서 생분해가 가능한 100% 종이 원료로 만들어진다. 기존 종이 포장재가 갖고 있던 내구성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하면서, 환경성과 실용성을 모두 확보했다.

이 회사는 2023년 말부터 소형 한식당, 비건 음식 전문점, 카페 등과 협력해 시범 도입을 시작했으며, 2025년 현재 약 1,200개 매장에서 해당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페이퍼푸드랩은 고객사에 제품별 탄소배출 절감량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장재 1개당 절감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량(평균 19g)을 수치화하여 ESG 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이 기업은 “고객의 브랜드 ESG 이미지 제고”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단순 공급사가 아닌 ESG 파트너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페이퍼푸드랩의 포장재는 현재 일본, 대만, 호주 등에서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며, 국내 포장재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체결한 상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함께, 기술 기반의 탄소 절감 인증 시스템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환경 책임을 실현 가능하게 만든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배달의 본질을 다시 디자인하는 스타트업의 ESG 전략

 

배달 산업은 이제 단순한 ‘음식 전달’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것은 소비의 습관을 바꾸고, 자원의 흐름을 재설계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산업이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대형 플랫폼이 아닌, 소규모이지만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이다. 그린디쉬는 ‘다회용기 순환’이라는 구조적 모델로 문제를 해결했고, 페이퍼푸드랩은 기술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제품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행동과 인식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ESG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친환경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을 구조화하고 수익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기업이다.
배달 산업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를 절감하며, 고객과의 친환경 약속을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배달 비즈니스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친환경 배달 포장 전환이 단지 환경 보호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마케팅과 고객 충성도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린디쉬는 고객의 63%가 “친환경 포장 사용 여부가 재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기업의 태도와 가치관에 소비자가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요소를 포함한 브랜드는 소비자 선택에서 확연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정책적 측면에서도 이 같은 스타트업 모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25년부터 시행된 ‘저탄소 포장 전환 기업 인증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탄소 감축 효과를 입증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에게 세제 혜택과 공공기관 우선 납품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기술과 ESG를 결합한 스타트업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이며, 이미 그린디쉬와 페이퍼푸드랩은 해당 인증 심사를 통과해 정부의 ESG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은 친환경 포장 생태계의 확산에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포장재 전환이 성공하려면, 소비자 경험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환경 기여’라는 보람을 명확히 전달하는 UX 설계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회수형 다회용기 시스템은 사용자가 번거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비대면 회수, 정기 회수 시간 안내, 앱 알림 기능 등 서비스 전반의 마찰을 줄이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선의’가 지속 가능하려면, 반드시 편리함이라는 ‘기술’과 만나야 한다. 이 점에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기획력이 더욱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