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이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 사회적 통합을 ESG로 실현하다

news062525 2025. 6. 29. 00:28

2025년의 ESG는 더 이상 환경 중심 프레임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S(Social)’ 요소는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며, 국내 기업들도 조직 내부와 사업 구조 전반에 걸쳐 사회적 통합을 실현하는 방식의 ESG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주민과 외국인을 포함한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과의 상생 모델은 ESG 사회 분야의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250만 명, 그중 이주노동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은 산업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여전히 언어 장벽, 고용 차별, 복지 소외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몇몇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이들을 ‘노동력’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이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ESG의 핵심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이주민을 고용하고, 이들의 역량을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킨 사회적 통합형 ESG 스타트업들의 사례와 전략을 살펴본다.

 

‘레인보우키친’: 다문화 여성과 함께 만드는 음식 플랫폼

 

‘레인보우키친(Rainbow Kitchen)’은 국내에 거주 중인 결혼이주 여성과 난민 출신 여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문화 음식 제조·판매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각국의 전통 요리를 중심으로 도시락, 반찬, 소스 제품을 기획·제조하며, 자사 브랜드를 통해 전국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스타트업은 단순한 고용이 아닌, 이주 여성의 요리 경험과 문화적 배경을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레인보우키친은 7개국 출신 여성 30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직접 상품 개발 회의에 참여하고 자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한다. 이를 통해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 스타트업은 구성원 모두에게 한국어 교육, 회계 교육, 간이 창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자기 브랜드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이 스타트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다문화 일자리 창출형 창업기업’에 선정되어 시제품 개발 자금과 브랜드 고도화 컨설팅을 지원받았으며, ESG 보고서에는 ▲이주민 고용률 ▲문화 다양성 점수 ▲자립 연계율 등의 지표를 포함해 사회적 통합 기반 ESG 구조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제조업에서 포용의 가치를 실현한 ‘마하팩토리’

 

‘마하팩토리(MahaFactory)’는 경기 지역 소규모 전자부품 제조 스타트업으로, 전체 인력의 약 60%를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은 단순 인력 공급 수준을 넘어서, 현장 기술교육, 언어교육, 숙소 개선, 문화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 복합적 통합 전략을 실행하면서 사회적 ESG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이 스타트업은 이주 노동자에게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반조립·검수·물류관리 등 다양한 업무 영역을 순환시켜 기술 향상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 2회 사내 평가를 통해 관리자 직책으로의 승진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마하팩토리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노동자를 위해 AI 음성 번역 장치와 사내 업무 지침 멀티랭귀지 앱을 자체 개발하여 업무 오류와 불편을 대폭 줄였다. 이 같은 투자는 ESG 평가 항목 중 ‘다문화 포용 환경 조성’, ‘직원 역량 강화’, ‘현장 안전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실제로 2025년 산업부 ESG 경영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기업은 내부 구성원의 이탈률이 5% 미만에 그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국 취업 희망자 대상 교육 멘토링’을 운영하는 등 ESG의 선순환 모델을 자발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위드라이프’: 이주민 청년과의 공동 창업 플랫폼 실험

 

‘위드라이프(WithLife)’는 조금 더 혁신적인 모델을 실험 중인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이주민 청년과 국내 청년이 함께 창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초기 MVP 제작부터 크라우드펀딩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는 창업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발되며, 1명 이상의 외국인 참여가 필수 조건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주민을 ‘피고용자’가 아닌 ‘공동 창업 파트너’로 설정한 최초의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2024년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는 네팔 출신 청년과 한국 청년이 함께 히말라야 허브를 활용한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야크앤허브’를 런칭했고, 해당 브랜드는 실제 크라우드펀딩에서 1,500만 원 이상을 모금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위드라이프는 참여자들에게 정착지원비, 회계 및 특허 교육, 외국인 전용 창업비자 연계 컨설팅을 제공하며, 창업 이후에도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마케팅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단순한 고용이 아닌, 다문화 기반의 공동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구조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실현하고 있다. 이 구조는 ESG 평가뿐 아니라, 정부의 청년·이주민 정책 연계에서도 높은 유효성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2025년 현재 법무부 이민정책과와의 협약을 통해 ‘사회적 창업 비자 시범사업’의 운영 파트너로도 참여 중이다.

다문화 기반의 공동 창업 생태계

ESG는 함께 사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ESG의 'S', 즉 사회적 요소는 단지 내부 직원의 복지를 넘어서, 사회 내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주민은 단순히 노동력이 아니라, 스타트업에게는 문화적 다양성, 새로운 시각,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주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레인보우키친은 문화의 다양성을 상품화했고, 마하팩토리는 노동의 품격을 올렸으며, 위드라이프는 동등한 창업 파트너로서의 이주민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ESG를 하나의 인증이 아닌, 삶의 경계를 허무는 구조로 구현했다. 앞으로의 ESG 경영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에 사람 간 지속 가능한 관계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며, 스타트업은 그 변화의 가장 앞에 설 수 있는 주체다. 사회적 통합은 제도가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일상의 구조에서 실현된다. 이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단지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존 가능한 사회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