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폐배터리 재활용 ESG 스타트업,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기회

news062525 2025. 6. 28. 02:57

2025년 현재, 전기차(EV)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한국 역시 2024년 말 기준 누적 등록 전기차 수가 100만 대를 넘어섰고, 매년 20% 이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환경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폐배터리 처리 문제다. 전기차 한 대당 약 300kg에 달하는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명이 다하면 일반 폐기물처럼 버릴 수 없고, 중금속·인화성·환경유해성 등의 위험 요소를 갖는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폐배터리 대부분이 단순 저장 혹은 해외로 수출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며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이들은 자원 회수는 물론, 환경 보호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실현하며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들의 기술적 특징과 시장 전략,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ESG 기반 산업의 미래를 분석한다.

ESG 기반 산업의 미래

자원 회수 기술의 진화: 리튬과 니켈, 코발트를 다시 꺼내다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들이 가장 먼저 집중한 분야는 유가금속 회수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금속이 포함돼 있고, 이들 자원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폐배터리에서 이 금속을 효율적으로 추출해 다시 공급망에 투입하는 기술은 경제적 가치와 국가 자원 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에버바셀(Everbacell)’은 수열반응 기반 저온 침출 공정을 개발해 기존 방식 대비 30% 이상 낮은 온도에서 리튬 회수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로 주목받았다.

이 기술은 열처리와 산처리를 병행하는 기존 습식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회수율을 94%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에버바셀은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녹색기술 인증을 취득했고, 현재 수도권 폐배터리 집하장 3곳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리싸이클파워’는 폐배터리를 분해한 후, 물리적 선별과 화학적 전처리 없이 전극 단위로 리튬 및 흑연을 분리·회수하는 건식 공정을 상용화했다. 이들은 회수한 리튬을 2차전지 소재 기업에 직접 공급하며 B2B 유통 구조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자원 회수 기술의 고도화는 단지 환경적 가치를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배터리의 ‘세컨드 라이프’를 설계하는 스타트업들

 

폐배터리를 단순히 해체하고 자원을 회수하는 방식 외에도, 아직 사용 가능한 셀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보조 전원 장치 등으로 재활용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전략도 떠오르고 있다. 이 영역에 진출한 대표 스타트업이 ‘셀사이클(Cellcycle)’이다. 셀사이클은 LG화학과 협업해 잔존 수명 60% 이상의 배터리 셀을 추출해 ESS 모듈로 재조립하고, 이를 중소형 건물, 스마트팜, 소형 발전설비 등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셀사이클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셀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IoT 모듈을 개발해, 배터리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장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 시스템은 ESS의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후속 가치를 극대화하는 ESG 기반 사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파워그리드랩스(PowerGrid Labs)’는 전기버스에서 나온 폐배터리를 분해·재조립해 전력망 피크 타임 완화용 보조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공공기관 및 지자체와의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세컨드 라이프 모델은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배터리 폐기에 따른 환경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동시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며 전기차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ESG 점수와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순환 구조’ 설계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들이 ESG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비결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 사업 구조를 ‘자원 순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버바셀은 채굴 대비 리튬 회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LCA 분석으로 수치화했고, 그 데이터를 ESG 보고서와 투자자 IR 자료에 명확히 반영했다. 셀사이클 역시 “폐배터리 1톤당 수명 연장률과 탄소저감 기여도”를 실시간 데이터로 제공하며, 이를 투자자 보고서 및 환경 정보 공개 시스템에 자동 연동하고 있다.

이처럼 ESG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량화 가능한 환경성과’와 ‘투명한 정보 공개 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춘 것이 투자 유치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기준,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7곳이 누적 600억 원 이상의 민간 임팩트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3곳은 UN PRI 연계 글로벌 ESG 펀드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폐배터리 수거→진단→해체→회수/재활용→투입 또는 공급망 연결까지 전체 과정을 모듈화된 구조로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추후 스케일업 시 규제 대응, 글로벌 확장, B2G 연계 등에서 매우 높은 확장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결국 이 같은 구조화된 ESG 경영은 단지 스타트업 생존을 넘어 산업 전체의 친환경 혁신을 견인하는 힘이 되고 있다.

 

전기차의 그늘에서 기회를 찾은 스타트업의 ESG 전략

 

전기차는 환경을 위한 진보이지만, 그 배터리가 버려질 때는 또 다른 환경 위기가 된다. 이 딜레마 속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은 문제의 해결자가 되며 동시에 수익 모델의 개척자로 떠오르고 있다. 에버바셀은 회수 기술로, 셀사이클은 세컨드라이프로, 리싸이클파워와 파워그리드랩스는 자원과 에너지의 재구성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핵심 전략은 명확하다.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환경성과 자원 순환 구조를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는 단순한 마케팅 프레임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와 확장성, 신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전기차가 증가하는 시대일수록, 배터리 이후의 가치를 설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산업의 중심으로 올라설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폐배터리를 새로운 기회로 바꾼 이들의 구체적인 데이터와 설계력, 그리고 실행력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