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유연하고 혁신적인 문화를 강조하지만, 실제 내부 인사 시스템은 여전히 획일화된 채용 기준과 편향된 평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이하 D&I)은 대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며, 오히려 초기 조직일수록 D&I 관점이 반영된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리스크 대응력을 키우는 전략이 된다.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자, 공공기관, 글로벌 파트너사들은 ESG 평가 항목 중 ‘사회(Social)’ 분야에서 조직 내 다양성 비율, 젠더 균형, 포용적 문화 실천 여부, 소수자 보호 정책 유무 등을 주요 지표로 확인하고 있다. 단순히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인사 정책·조직 운영·성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포용성이 실제로 녹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국내 스타트업들이 D&I를 인사 시스템에 제도화한 구체적인 사례와 전략을 중심으로, 실행 가능한 구조 설계 방법을 정리한다.
‘오픈에이블’: 무경력·비전형 인재를 위한 포용적 채용 제도 운영
‘오픈에이블(OpenAble)’은 소셜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전공·경력·학벌에 제한을 두지 않는 포용적 채용 정책을 제도화한 사례다. 이 스타트업은 직무 기술서 작성 시 학력, 나이, 성별, 경력 연수를 명시하지 않으며, **‘역량 기반 블라인드 채용’**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 채용 모델은 ‘경력 있는 정답형 인재’를 선호하던 기존 채용 방식과 달리, 문제 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방식, 가치관 적합도 등 정성적 요소를 중심으로 후보자를 평가한다.
실제 오픈에이블의 개발팀은 2024년 하반기에 진행된 채용에서 전문학사 출신의 비전공자 2명, 경단녀 1명, 성소수자 1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이들이 온보딩 이후 프로젝트 성과 기여도와 팀워크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채용 후에도 포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심리적 안전성 설문, 1:1 피드백 라운드, 입사 3개월 후 만족도 인터뷰 등 정성적 체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는 단순한 채용 다변화를 넘어, 조직 문화 전반의 포용 구조 설계를 제도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플로우포지션’: 다양성 KPI를 반영한 인사평가 및 리더십 기준 수립
‘플로우포지션(FlowPosition)’은 콘텐츠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인사평가와 리더십 지표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정량화하여 반영하는 구조를 구축한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인사평가 항목은 업무 성과, 협업 능력, 태도에 치우쳐 있지만, 플로우포지션은 D&I 가치를 실현하는 태도와 행동을 주요 평가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팀 리더의 평가 기준에는 ▲다양한 배경의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공정성 ▲피드백 제공의 형평성 ▲포용적 언어 사용 여부 ▲갈등 발생 시 중립적 조정력 등이 포함된다. 이 지표는 단순히 추상적 가치가 아닌, 피드백 인터뷰와 자기 평가, 다면 평가(360도 평가)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화된다. 또한 전체 구성원에게 ‘D&I 참여도’ 항목이 포함된 연 2회 설문이 시행되며, 이 결과가 조직 차원의 인사 시스템 개선에 반영되는 구조다.
플로우포지션은 이 제도를 통해, 특정 출신이나 유형에 대한 편향 평가를 사전에 차단하고, 실제 성과와 다양성 존중의 균형을 맞춘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델은 ESG 평가에서도 ‘조직의 포용적 문화 운영’ 항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투자자 및 채용 대상자에게 신뢰도를 높이는 지표가 된다.
‘인사브릿지’: 법적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 매뉴얼과 교육 체계 정착
‘인사브릿지(InsaBridge)’는 스타트업 대상 인사 컨설팅 및 HR 시스템 구축 SaaS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법적 보호가 필요한 소수자를 위한 사내 정책 매뉴얼과 교육 체계를 모듈화해 스타트업에 제공한다. 특히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코어+옵션’ 형태로 제안하여, 기업 규모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젠더 다양성 정책 모듈’에는 ▲채용 공고 성중립화 체크리스트 ▲출산·육아 관련 성별 무차별 유연근무 가이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프로세스 강화안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회사는 포용성 교육 콘텐츠도 개발해, 스타트업 내부의 구성원 이해를 높이고 조직 내 무의식적 편견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2025년 기준, 인사브릿지의 솔루션을 도입한 스타트업 150곳 이상에서 이직률 감소, 구성원 만족도 증가, 채용 과정 내 지원자 다양성 지표 상승 등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소수자 관점의 정책과 교육을 인사 시스템의 일부로 정착시키는 것은, ESG의 S 요소 실천에 있어 실질적인 제도화 모델로 작용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선언이 아닌 시스템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조직의 중심 가치로 삼는 것은 더 이상 윤리적 선택만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력과 외부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초기에 설계된 인사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이후 확장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D&I는 인사제도의 부가적 옵션이 아니라,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설계되어야 할 인프라다.
오픈에이블, 플로우포지션, 인사브릿지의 사례는 모두 CEO와 인사 리더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제 제도로 구현한 모범적 예시다. 이들은 ▲채용 구조의 다양성 확보 ▲평가 기준의 포용성 내재화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 매뉴얼 도입 등 D&I를 조직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ESG 평가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결국, 다양성과 포용성은 문구로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라, 제도로서 실천될 때 진짜 경쟁력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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