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빠른 성장만큼 중요한 것이 지배구조의 신뢰성 확보다. 특히 ESG 경영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금,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는 단순한 내부 의사결정 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성·공정성·투명성에 대한 외부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가운데 외부 이사회(Outside Board) 또는 외부 이사 제도를 도입한 스타트업들이 실제 ESG 평가 점수를 개선하고, 투자 유치와 평판 관리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들은 보통 창업자 중심의 경영 체계를 유지해 왔지만,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이후에는 외부 감시와 견제 기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선도 스타트업들은 경영 투명성과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부 이사회 시스템을 조기 도입했고,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실제로 ESG 거버넌스 점수 향상과 기업 이미지 개선, 이해관계자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외부 이사회 도입을 통해 ESG 평판을 실질적으로 개선한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기술 기반 식품 스타트업 ‘에코밀’: 외부 이사회 도입으로 ESG 인증 가속화
‘에코밀(Ecomill)’은 대체육 기반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2022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다양한 ESG 요소를 내재화해온 기업이다. 이 회사는 특히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 제품 성분의 친환경성, 윤리적 생산 방식에 집중해 왔으며, ESG 경영의 ‘E(Environment)’와 ‘S(Social)’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한동안 지배구조의 투명성 부족이라는 평가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에코밀은 2023년 중반부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 자문단(Advisory Board)을 공식 도입하고, 내부 경영진과는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되도록 체계를 재정비했다. 이사회는 ESG 분야 전문가, 회계사, 변호사, 그리고 소비자권익 관련 NGO 출신 인물들로 구성되었으며, 분기별 경영 주요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고, 연간 ESG 목표와 이행률을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도입 이후, 에코밀은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거버넌스 항목에서 전년도 대비 18%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글로벌 윤리소비 기업 인증인 B-Corp 인증 획득에도 성공했다. 또한 외부 이사회 회의록 일부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책임 있는 경영 실천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 에코밀은 외부 이사 제도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ESG 철학을 경영 구조에 내재화하는 실질적 장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 ‘웍플랜’: 외부 전문가 이사회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다
‘웍플랜(WorkPlan)’은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2022년 당시 갑질 계약 논란과 일부 데이터 관리 문제로 인해 사회적 비판과 신뢰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해당 사안 이후, 이 기업은 내부 혁신과 함께 ESG 거버넌스 체계를 전면 개편했고, 그 핵심으로 외부 이사회 제도를 도입했다.
웍플랜은 특히 인권, 노동, 데이터 윤리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 4인을 이사회에 초빙했다. 이들은 임원 승진, 파트너 계약, 소비자 보호 정책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비상근 검토권을 가지며, 독립적인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간 1회 외부 이사 평가보고서를 정기 발간하고, ESG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회복을 도모했다.
그 결과, 해당 이사회는 1년 만에 ▲프리랜서 불공정 계약 비율 90% 감소 ▲고객 불만 건수 70% 감소 ▲ESG 평가기관의 거버넌스 리스크 등급 2단계 상승 등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웍플랜은 “외부 감시 기능이 있으면 의사결정은 느려질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강력한 신뢰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히며, 이사회 구조 개선이 브랜드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의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임팩트 핀테크 ‘세이브링크’: 외부 이사와 지속가능 전략을 공동 설계하다
‘세이브링크(SaveLink)’는 소득이 낮은 청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저금리 금융상품과 금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ESG 철학을 중심에 둔 기업이지만, 사업 초기에는 이사회 전원이 내부 인물로만 구성되어 있어, ‘책임 경영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4년 초, 세이브링크는 ESG 및 사회적 금융 분야에서 활동해온 임팩트 투자자 출신 인물과 회계 법률 전문가 3인을 외부 이사로 임명하고,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는 재무뿐 아니라 사회적 성과(Social Return on Investment, SROI)까지 공동 검토하며, 분기별 전략 회의에 참석한다.
도입 6개월 만에 세이브링크는 ▲임팩트 성과 보고서 정례 발간 ▲사회성과 KPI 정비 ▲ESG 투자자 대상 설명회 주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 전략을 구조화했다. 이 과정은 외부 이사들의 전문성과 이해관계자 관점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세이브링크는 이를 통해 2개의 ESG 펀드로부터 총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으며,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지배구조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다.
외부 이사회는 신뢰와 성장의 교차점이다
외부 이사회는 스타트업에게 단순한 형식이나 규제 대응 수단이 아니다. 이는 책임경영을 위한 실질적인 구조이자,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획득하는 전략적 도구다. 에코밀, 웍플랜, 세이브링크의 사례는 외부 이사회가 실제로 ▲ESG 평가 향상 ▲기업 리스크 감소 ▲투자 유치 성공 ▲브랜드 신뢰도 상승 등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ESG 시대의 경영 환경에서는, 외부 이사의 존재 그 자체보다도 그들이 실제로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되는지가 핵심 평가 요소가 된다.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사회적 신뢰와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조 안에 ‘견제와 조언의 기능’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부 이사 도입은 불필요한 통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설계다. 신뢰를 원하는 스타트업일수록, 그 신뢰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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