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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

노인 복지와 기술을 결합한 실버테크 ESG 스타트업의 도전

한국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기존의 복지 정책과 사회서비스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의료 시스템을 넘어, 주거, 돌봄, 여가, 정보 접근 등 일상 전반에서 새로운 형태의 복지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해법은 기술에서 출발한다.

실버테크(Silver-Tech)는 고령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 기술 서비스의 총칭이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민첩성과 기술집약적 접근을 기반으로, 돌봄 로봇, 인지건강 앱, 원격진료, 스마트 주거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친화형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전하는 국내외 실버테크 스타트업들의 주요 전략과 ESG적 의미를 살펴본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사회적 기여도

 ‘케어에이아이’: AI 기반 인지건강 관리 서비스로 노인 정신건강을 지원하다

‘케어에이아이(CareAI)’는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저하 방지를 위한 AI 기반 인지 건강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사용자 맞춤형 인지훈련 콘텐츠 ▲AI 기반 반응 분석 ▲주기적 위험도 예측 기능 등을 통해 고령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케어에이아이는 단순 앱 제공이 아니라, 지역 복지관, 요양병원과 연계된 B2B 모델로 확장하고 있으며,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와 보호자에게도 대시보드 형태의 보고서를 제공해 예방 중심의 복지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특히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별 인지능력 변화율 ▲사용 빈도 ▲위험징후 감지 건수 등의 정량 지표를 ESG 보고서에 포함해,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사회적 기여도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실버링크’: 고령자와 돌봄 인력을 연결하는 스마트 매칭 플랫폼

‘실버링크(SilverLink)’는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와 전문 돌봄 인력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플랫폼은 ▲요양보호사 등록 인증 시스템 ▲지역 기반 매칭 알고리즘 ▲긴급 요청 기능 등을 통해, 혼자 사는 고령자와 보호자가 신속하게 돌봄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실버링크의 주요 강점은 ▲서비스 제공자의 교육 이력 및 평가 정보 공개 ▲비대면 매칭 후 현장 리뷰 시스템 ▲이용자 위험도 자동 예측 기능 등, 데이터 기반 신뢰 확보 구조다. 또한 이 플랫폼은 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 연계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공공 서비스와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으며, 지자체와 MOU를 통해 노인 돌봄 공공서비스를 보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실버링크는 전국 1,500개 이상의 돌봄 인력 DB를 구축했으며, 연간 약 30만 건 이상의 돌봄 매칭을 수행했다. 이들은 ESG 보고서에서 ▲돌봄 시간 총합 ▲위험사례 예방율 ▲긴급 응답 평균 시간 등 주요 사회적 성과를 수치로 기록하고 있다.

‘그레이하우스’: 노인 전용 스마트 주거 시스템을 설계한 주거테크 스타트업

‘그레이하우스(GrayHouse)’는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주거 공간 설계와 스마트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한 실버테크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미끄럼 방지 바닥 ▲음성 인식 조명 시스템 ▲낙상 감지 센서 ▲실시간 건강 체크 기능을 통합한 노인 전용 스마트 하우징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그레이하우스는 단순 건축이 아니라, 사후 유지관리까지 통합한 기술 기반 주거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는 보호자와 연동되어 ▲이상 징후 알림 ▲일상 리듬 분석 ▲비상시 자동 구조 요청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실버타운 등과 협업하여 사회적 주거 취약 계층에게도 기술 기반 복지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ESG적 가치가 높다.

이 스타트업은 ESG 보고서에 ▲낙상 감지 예방율 ▲건강 위험 사전경고 건수 ▲에너지 효율 수치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제로에너지 실버 하우징 모델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버테크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존엄의 확장이다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슈가 아니다. 실버테크 스타트업들은 이 복잡한 문제를 기술 기반으로 해석하고, 고령자의 삶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케어에이아이는 정신건강을, 실버링크는 돌봄 시스템을, 그레이하우스는 주거 환경을 기술적으로 혁신하며, 복지의 사각지대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해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단순히 시장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인간 존엄을 함께 고려한 ESG 중심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실버테크는 사회복지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며, 스타트업이야말로 이 복잡한 전환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실버테크 생태계를 위한 제도화와 글로벌 확장 전략

실버테크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공공 정책과의 정합성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는 ‘고령친화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고령자 디지털 접근성 확대 ▲고령친화 제품 인증제도 도입 ▲실버테크 분야 정책자금 우선지원 등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그레이하우스는 국토부와 연계해 고령자 전용 스마트 공공임대주택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정책 수혜 기업으로 자리잡았고, 케어에이아이는 보건복지부의 ‘디지털 인지중재 서비스 실증사업’에 선정되어 안정적인 공공매출 구조를 확보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실버테크는 ESG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회적 가치 투자를 모두 아우르는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임팩트 펀드와 ESG 전용 벤처캐피탈은 ▲고령층 삶의 질 향상 ▲의료비 절감 효과 ▲노인 돌봄 인프라 디지털화 가능성 등 명확한 임팩트를 갖춘 실버테크 스타트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실버링크는 최근 2024년 기준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투자자들에게 ▲돌봄 매칭 건수 증가율 ▲서비스 재이용률 ▲위기 예방 건수 등 ESG 성과 데이터를 명확히 제시하며 신뢰를 확보했다.

또한 실버테크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일본, 유럽,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매우 크다. 특히 일본은 고령친화 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적 민첩성과 B2G 협업 모델은 현지 진출 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그레이하우스는 일본 간사이 지역의 실버타운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케어에이아이는 베트남 보건부 산하 고령자 복지센터와 협력해 동남아 시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실버테크 스타트업은 고령사회의 문제를 비용이 아닌 ‘기술과 ESG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선도자다. 이들은 정책 연계성, 사회적 임팩트, 기술 확장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영역에서, 고령화라는 글로벌 구조적 과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새로운 산업의 지평을 열고 있다.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