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은 편리함이라는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물류의 탄소 발자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과제를 떠안게 했다. 특히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마일 배송’은 배송 빈도는 높고 단위 이동 거리는 짧아, 온실가스 배출 밀도가 가장 높은 물류 과정으로 지적된다. 대형 화물보다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이 구간의 환경 영향은 이제 도시 탄소 배출량의 주요 요소로 평가되며, 정부와 기업 모두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라스트마일 물류 분야 스타트업의 역할이다. 이들은 전기화 이동 수단, 배송 알고리즘, 도심 내 탄소 저감 거점 운영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ESG 친화적 물류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용자 편의와 기업의 운영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저탄소 물류를 실현한 주요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도시 탄소중립의 핵심 파트너가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너로드’: 전기 삼륜 배송 차량으로 도심 탄소를 줄인 스타트업
‘그리너로드(Greeneroad)’는 전기동력 삼륜 배송 차량을 활용해 도심 내 소형 화물 배송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한 물류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존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소형 화물차의 대체 수단으로 자사의 삼륜차량을 개발했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70km를 주행할 수 있다.
그리너로드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배송 효율 분석 ▲배출량 추적 ▲차량별 주행 이력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며, 기업 고객은 이를 통해 자사의 ESG 보고서에 연동 가능한 탄소저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2024년부터는 도심 내 탄소중립존(예: 강남구 삼성로 일대) 시범 운영 구간에 공식 지정되어,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친환경 물류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너로드의 시스템은 전통적인 퀵서비스보다 최대 40% 이상 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ESG 리포트에는 ▲건당 탄소배출량 ▲노선별 평균 절감량 ▲차량 유지비 절감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증명한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루트제로’: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는 AI 물류 경로 설계 플랫폼
‘루트제로(RouteZero)’는 배송 거리와 시간, 연료 사용량을 동시에 최소화하는 AI 기반 경로 최적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수십 건의 배송 주문을 시간·위치·교통 패턴 기반으로 실시간 재조정하며, 전체 운행 거리를 최대 25% 이상 단축시키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루트제로는 B2B 물류사, 프랜차이즈 본사, 배송대행 업체 등에 API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도심 내 불필요한 공차 운행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정량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한다. 배송 전환점(픽업/드롭존)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불필요한 유턴, 중복 배송을 제거하는 점도 루트제로의 큰 장점이다.
이 스타트업은 ESG 보고서를 통해 ‘1건당 배송당 평균 이동 거리’, ‘AI 알고리즘 적용 후 절감율’, ‘연료비 절감에 따른 탄소 저감 효과’ 등을 수치로 공개하고 있으며, 2025년 환경부 스마트물류 인증 시범사업 대상 기업으로도 선정되었다.
‘에코허브스팟’: 도심 거점 기반의 친환경 배송 중계소 운영 스타트업
‘에코허브스팟(EcoHubSpot)’은 도심 내 미니 물류 허브를 조성해, 자전거·도보 배송과 전기 모빌리티로 라스트마일을 분담하는 구조를 운영하는 물류 인프라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폐공간, 지하주차장, 소형 창고 등을 활용해 1~3km 반경의 배송을 책임지는 저탄소 배송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각 허브는 IoT 시스템과 연동되어 ▲수거 물량 모니터링 ▲배송 동선 분석 ▲배달원 동선 최적화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배달 인력에게는 탄소저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도 갖추고 있다. 에코허브스팟은 실제로 성수동, 연남동 등 복잡한 도심 지역에서 테스트를 완료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정기계약을 통해 친환경 라벨링 인증 기반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 스타트업은 ESG 평가 항목으로 ▲허브당 감축된 차량 운행 횟수 ▲배출 가스 절감량 ▲도심 혼잡 완화 지표 등을 제시하며, 이는 탄소중립 도시 조성 정책과 맞물려 공공 파트너십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친환경 배송은 기술로 구현되고, ESG로 확산된다
라스트마일 물류는 오랜 시간 동안 ‘비용 문제’로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트업들이 보여준 기술과 모델을 통해, 환경·사회·운영 효율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너로드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도심 탄소를 줄였고, 루트제로는 배송 경로 최적화로 효율성과 배출 감축을 실현했으며, 에코허브스팟은 인프라 차원에서 저탄소 구조를 도시 내에 심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ESG 환경(E) 항목에서 탄소 배출 감축, 도시 자원 효율화, 지속가능한 운송 체계 구축 등의 가치를 정량화하고 있으며, 이를 투자자와 파트너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이제 저탄소 물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스타트업이야말로 이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주체다. 그리고 이 변화는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미래의 삶의 방식을 바꾼다.
도시 정책과 투자 전략, 그리고 글로벌 확장을 위한 기반
저탄소 물류 스타트업이 기술적 성과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이 모델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선 도시 정책과의 정합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와 성동구처럼 일부 자치구는 ‘그린 라스트마일’ 구간을 시범 지정하여, 전기·자전거 기반 배송을 허용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적 유연성은 스타트업의 확장성을 높이고, 도심 내 탄소중립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투자 측면에서도 저탄소 물류는 ESG 기반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 섹터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너로드는 최근 시리즈 A 단계에서 ESG 전용 펀드로부터 100억 원 이상을 유치했고, 루트제로는 유럽의 스마트 시티 연계 펀드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확보했다. 이처럼 물류 분야에서도 정량화 가능한 탄소 절감 데이터와 사회적 효과가 명확한 모델은 투자 유치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다.
또한, 이들 스타트업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 도시 밀집도가 높은 동남아, 유럽, 북미 지역에서는 도심 혼잡과 탄소 배출 문제가 한국과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며, 모듈형 친환경 물류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ESG 기준이 점점 더 국제 표준화되고 있는 지금, 이들 스타트업이 구축한 데이터 기반 구조와 지속가능 모델은 글로벌 진출 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저탄소 라스트마일 배송은 더 이상 실험적 시도가 아니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도시 운영을 위한 필수 전략이자,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 ESG 패러다임에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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