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업

ESG 리더십을 위한 스타트업 CEO의 역할과 전략

조용한일등석 2025. 7. 15. 12:54

2025년 현재, ESG는 더 이상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스타트업 역시 조기 투자 유치, 인재 확보, 파트너십 체결, 공공 입찰 등 모든 경영 활동에서 ESG 항목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규모와 구조상 ESG 실행 주체는 CEO 본인일 수밖에 없다. 리소스가 한정된 환경에서는, ESG를 위한 별도의 부서를 두기 어렵고, 실무 책임과 리더십이 동시에 CEO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다. 단순히 홈페이지에 ESG 비전을 적는 수준이 아닌, CEO 스스로가 ESG 전략을 구체화하고 일관되게 내부에 전파하며 실행까지 이끌어야 비로소 조직 전체에 지속가능성이 스며들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 CEO가 ESG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고, 어떻게 내부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한다.

CEO의 구조화 역량

ESG를 회사의 비전과 OKR에 통합하는 CEO의 구조화 역량

스타트업 CEO는 조직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ESG 전략을 빠르게 조직문화에 녹여낼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회사의 미션·비전과 ESG 요소(E/S/G)를 정합성 있게 정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CEO는 그 방향성 안에 환경 감축 목표(E), 포용적 사용자 설계(S), 투명한 경영정보 공개(G) 등을 구체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실제 사례로는 AI 기반 농업 솔루션 스타트업 '그로팜'의 CEO가 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과 농가 소득 안정화”라는 사업 방향을 OKR에 반영하고, 각 팀별 ESG 목표를 수치화하여 분기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ESG 전략은 IR 피치덱의 고정 슬라이드로 포함되어,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경영 철학을 드러내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CEO가 전략 수립과 비전 구조화 모두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 내부를 ESG 친화적으로 재설계하는 실행자 역할

CEO의 두 번째 역할은 조직 내부 시스템을 ESG 기준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에는 ▲인사 평가 기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화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 참여 ▲윤리 신고 채널 개설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작업은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닌, CEO의 철학과 실행 의지에 따라 실현되는 리더십 과제다.

예를 들어,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룬’은 CEO 주도로 익명 제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리더십 회의에서 제보 처리 현황을 보고받도록 했다. 초기에는 사용이 저조했지만, CEO가 익명 제보의 존재 이유와 보호 원칙을 반복해서 커뮤니케이션한 끝에, 내부 신뢰지수가 18% 상승했다는 조직문화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구조는 ESG의 ‘G(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대표 사례이며, 그 중심에는 CEO의 행동과 지속적인 메시징이 있다.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기반 구축: 투자자·고객·정부 대응 전략

스타트업의 ESG는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투자자, 고객, 정부기관, 협력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CEO는 ESG 보고서 발간, 정량 지표 관리, 공시 기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대체 포장재를 만드는 ‘에코패키지’의 CEO는 ESG 정보 공개 사이트를 별도로 구축하고, 모든 공급사로부터 ESG 자가진단 데이터를 수집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의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고, 정부 친환경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우선 선정되었다. 이처럼 CEO가 ESG에 대해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공공 신뢰를 형성하는 태도는 기업의 사업 확장과도 직결된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투자자 미팅에서 ESG 리스크에 대한 대응 프레임이 명확히 잡혀 있다면 투자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이미 다수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따라서 CEO는 단순히 전략가가 아닌, ESG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ESG를 실제로 끌고 가는 사람은 결국 CEO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ESG 부서를 둘 수 없다. 따라서 ESG 전략을 실제로 실현하는 주체는 바로 창업자, 즉 CEO 자신일 수밖에 없다. 루틴한 선언과 슬로건이 아닌, 사업 전략에 녹아든 ESG 설계, 조직의 일상 시스템 속에 들어간 정책들, 그리고 외부와의 신뢰 커뮤니케이션이 CEO의 리더십에 의해 좌우된다.

루프서클, 페이룬, 에코패키지와 같은 기업은 모두 CEO가 직접 ESG 실행의 중심에 서 있었고, 그 리더십이 투자, 파트너십, 사업 확장까지 유의미한 결과로 연결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앞으로 스타트업 CEO가 ESG를 외주화하지 않고, 전략과 철학의 일부로 받아들여 실천할 때, 기업은 비로소 시장과 사회 모두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 CEO가 직면하는 ESG 실행의 현실과 대응 전략

스타트업 CEO가 ESG 리더십을 실현하는 과정은 이상적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기 조직의 현실적인 제약, 예컨대 제한된 예산, 인력 부족, ESG 전문성의 부재 등은 리더십 실행에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ESG를 잘 구현해낸 스타트업은 이 제약을 기술과 협업을 통해 극복해왔다.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은 ESG 프레임워크를 외부 컨설팅 없이 간소화된 내부 가이드로 변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 목표는 3개월 단위 탄소/폐기물 지표 모니터링’, ‘사회 목표는 사용자 피드백 수집 및 개선 이행’, ‘지배구조는 익명 피드백 채널 운영’으로 축소시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트업 환경에 맞는 ‘마이크로 ESG 전략’을 설계하는 것은 CEO의 판단력에 달려 있다.

또한 CEO는 구성원들과의 신뢰 기반 ESG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ESG 정책이나 기준은 일방적으로 지시될 경우 실천력을 갖기 어렵다. 반면, CEO가 분기마다 ESG 관련 미팅을 주도하거나 슬랙·노션 같은 내부 협업 도구를 활용해 직원 참여 기반의 ESG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구조를 만들면 자발적인 실행력이 생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의 ESG 문화가 형성되는 핵심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CEO는 ESG 리더십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외부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영리 ESG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인증이나 자문을 받고, ESG 오픈소스 템플릿이나 플랫폼을 활용해 리소스를 보완할 수 있다. 이처럼 내부와 외부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있어 효율적인 ESG 실행 전략이 된다. 요컨대, ESG는 스타트업의 규모보다 CEO의 태도와 실행 구조 설계 능력에 따라 그 성과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