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ESG 스타트업의 성장과 규제 대응 전략
탄소는 이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새로운 단위로 작동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존에 버려지던 ‘보이지 않는 외부비용’을 수익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수단이며, ESG 기준에서도 핵심적인 환경(E) 지표로 작용한다. 특히 2025년 기준,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1,0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안에서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탄소 플랫폼의 역할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전까지 탄소 배출량의 측정과 거래는 주로 대기업과 정부 간에만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일반 소비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은 ▲탄소 데이터 측정 자동화 ▲크레딧 거래 중개 ▲분산형 장부 시스템 적용 등으로 기존의 비효율을 혁신하는 기술 기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탄소배출권 플랫폼을 구축한 스타트업들의 실제 사례와, 이들이 직면한 규제 환경 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성장 중인지 살펴본다.
‘카본리’: 중소기업 대상 탄소 배출량 측정·보고 자동화 플랫폼
‘카본리(Carbonly)’는 탄소 배출량 산정과 ESG 보고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중소 제조업체를 위한 SaaS 기반 탄소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 원재료 투입량, 생산 공정 데이터를 API로 자동 수집하고, 이를 국제 기준에 맞춰 ▲탄소배출량 산정 ▲스코프1·2·3 보고 ▲배출권 거래 등록까지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본리는 국내 기업환경에 최적화된 UI와 비용 구조 덕분에 1,000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배출량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한 ‘디지털 MRV 시스템’(측정·보고·검증)도 자체 개발해 정부 인증 절차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 플랫폼은 중소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직접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거래소 연동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카본리는 ESG 보고서에 ▲기업별 연간 탄소 감축률 ▲자동화된 보고 건수 ▲배출권 거래 실적 등을 포함해 투자자와 금융기관에 명확한 성과를 제공하며, 2025년에는 환경부 인증 정량관리시스템 등록도 완료했다.
‘넷제로엑스’: 블록체인 기반 탄소 크레딧 거래소 구축 스타트업
‘넷제로엑스(NetZeroX)’는 탄소배출권 및 탄소 크레딧의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 탄소거래소 플랫폼을 개발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 플랫폼은 ▲탄소 크레딧 발행 내역 ▲소유 이력 ▲거래 내역을 모두 분산원장에 기록하여, 조작 불가능한 탄소 거래 기록을 구축하고 있다.
넷제로엑스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도 탄소 상쇄 상품(예: 나무 심기, 해양 보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크레딧을 구매·보유·양도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였다. 이는 탄소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탈중앙형 ESG 참여 모델을 구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넷제로엑스는 UNFCCC 등록 프로젝트 3건과 연결되어 있으며, ▲프로젝트당 탄소 감축량 ▲참여자 수 ▲토큰 유통량 ▲상쇄 단가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금융기관 및 글로벌 거래소와 연동을 추진 중이며, 향후 국제 탄소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반 검증 솔루션 제공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크레딧’: 중소 농가·지자체 대상 탄소 크레딧 유통 플랫폼
‘에코크레딧(EcoCredit)’은 대규모 사업장이 아닌, 소규모 농가, 산림조합, 지역 자치단체 등도 탄소감축 실적을 크레딧화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ESG 탄소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드론 및 IoT 기반으로 ▲토양 탄소량 변화 ▲산림 흡수량 ▲농업 탄소 저감 효과 등을 측정하고, 이를 신속한 정량화 모델로 전환해 탄소 크레딧을 생성한다.
에코크레딧은 플랫폼 사용자에게 크레딧화 과정 전반을 시각적으로 제공하고, 국내외 탄소 거래소에 자동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통합 지원한다. 이들은 특히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지역 순환형 ESG 모델’을 실현하며, 지자체와 농협 중심의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200건 이상의 프로젝트가 등록되었으며, 총 12,000톤 이상의 탄소감축 실적을 확보했다. 이 스타트업은 ESG 보고서에 ▲프로젝트별 저감량 ▲참여자당 수익 분배 ▲탄소 단가 변동 추이 등을 기록하며, 정책과 민간 시장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를 기회로 바꾼 스타트업, 탄소 시장의 미래를 이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명확한 규제 프레임 안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은 이 제약을 회피하는 대신, 기술 기반 솔루션으로 규제의 복잡함을 해소하고, 시스템적 투명성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카본리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기술로 가능케 했고, 넷제로엑스는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과 유통구조를 혁신했으며, 에코크레딧은 지역 단위 탄소거래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들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정량화 가능한 탄소 데이터 ▲검증 가능한 감축 효과 ▲투명한 거래 구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ESG 기준에서 가장 정교하고 신뢰성 있는 환경 기여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는 '감춰야 할 비용'이 아니라, 기술과 ESG를 기반으로 한 수익 자산이자, 스타트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에너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