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도전한 ESG 스타트업, 바다를 살리는 기술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그 중 대부분은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플라스틱 조각은 바닷새, 어류, 해양 포유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식탁에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환경 운동가의 경고에 그치지 않고 경제·보건·사회 전반에 걸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수거 활동을 넘어서 인공지능, 수처리 기술, 바이오소재 개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해양 보전 솔루션을 제시하며, ESG 기준에서도 강력한 환경 기여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바다를 살리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해양 환경 스타트업들의 전략과 그들이 만들어낸 구체적인 성과를 살펴본다.
‘클린오션랩’: 해양 드론을 활용한 자동 플라스틱 수거 솔루션
‘클린오션랩(CleanOceanLab)’은 해상 드론 기술을 기반으로 해양 표면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수거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GPS 및 AI 기반 이미지 인식 기능이 탑재된 해양 드론을 활용해, 플라스틱 밀집 지역을 자동 파악하고, 무인 항해를 통해 직접 수거 작업을 수행한다.
클린오션랩은 폐플라스틱 수거 외에도 수거된 데이터를 통해 ▲오염도 시각화 ▲오염원 추적 ▲재발생 방지 전략 수립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이 회사는 제주 연안 및 한강 하구 지역에서 지방정부와 협업한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수거된 폐플라스틱은 별도 재생 공정을 통해 원료화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자사의 ESG 보고서를 통해 ‘드론 1대당 수거량’, ‘연간 해양 플라스틱 저감 톤수’, ‘재활용률’ 등 정량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 지표는 ESG 투자기관의 평가모델에도 직접 활용되고 있다.
‘마린에코텍’: 미세플라스틱 제거 필터링 기술의 상용화를 이끈 스타트업
‘마린에코텍(MarineEcoTech)’은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수처리 기술을 개발한 기술 중심 환경 스타트업이다. 기존의 물리적 여과 방식 대신, 마린에코텍은 자기유도성 미세 필터링 기술과 고밀도 중합체 정전기 흡착 기술을 결합해 5마이크론 이하의 입자까지 제거할 수 있는 성능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항만, 어업용 양식장, 선박 배수 시스템 등에 직접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양식장에서 사용될 경우 수산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마린에코텍은 2025년부터 부산 해양연구소와 함께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한국 수산자원관리공단으로부터 기술 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마린에코텍은 ESG 기준에 따라 ▲미세플라스틱 제거율 ▲수처리 효율 ▲정화 후 방류수 품질 등을 정기적으로 리포트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제 해양 NGO 및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 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오션팩토리’: 해양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는 순환경제 기반 스타트업
‘오션팩토리(OceanFactory)’는 해양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섬유, 가방, 건축 자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전환하는 자원화 중심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해양 폐플라스틱의 재질과 오염도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AI 분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분류된 플라스틱은 세척·파쇄·재성형 과정을 거쳐 고부가가치 원료로 전환된다.
특히 오션팩토리는 ‘바다를 입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내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친환경 의류 및 가방 라인을 출시하고 있으며, 제품에 쓰인 플라스틱의 출처를 QR 코드로 추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ESG 보고서에서 ▲제품당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량 ▲생산 과정 탄소저감 효과 ▲소비자 피드백 기반 사회적 기여도 등을 통계로 정리하고 있다. 오션팩토리는 2025년 유럽 지속가능 패션 박람회 참가를 통해 글로벌 진출도 앞두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스타트업 기술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영역이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복잡하고 거대한 환경 이슈처럼 보이지만, 기술이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스타트업들이 증명하고 있다. 클린오션랩은 드론으로 물리적 수거를 자동화하고, 마린에코텍은 미세오염 제거라는 기술적 장벽을 넘었으며, 오션팩토리는 자원화라는 순환경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서, ESG 기준에 따른 정량화된 환경성과를 제시하며 투자자와 기업 파트너의 신뢰를 동시에 얻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를 위한 기술은 이제 연구소가 아닌 스타트업의 손에서 빠르게 실현되고 있으며, 이들이 구축하는 해양 보전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결정적인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정책 연계와 글로벌 ESG 기준 속에서 스타트업이 나아갈 길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기술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혁신 기술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클린오션랩의 자동 수거 드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해양 항로 규제, 무인기 운항 제한 등 기존 해양법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술은 하수 처리장 등 공공 수처리 시스템과의 연계가 있어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이들 기술은 산업 전반으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 또한 크다. 마린에코텍의 기술은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서 수산물의 품질 개선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직결된다. 오션팩토리가 추진하는 재활용 섬유 브랜드 협업은 단순한 자원화가 아닌 브랜드 ESG 가치 상승과 소비자 충성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술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ESG 관점에서도 해양 스타트업의 기술은 명확한 환경 성과 지표(E-항목)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연간 플라스틱 저감량 ▲미세플라스틱 제거율 ▲재활용률 ▲탄소저감 효과 등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ESG 펀드, 임팩트 투자사, 정책금융기관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해양 환경을 지키는 기술 스타트업은 단순한 친환경 기업이 아니라, 해양경제, 수산업, 국제 무역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술의 범위를 넘어서 법과 정책, 산업과 연계된 구조까지 확장해 나간다면, 스타트업의 바다를 향한 도전은 곧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