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업 스타트업,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자립 솔루션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지금, 식량안보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 집중호우, 병충해의 확산은 국내외 농작물 수확량을 급감시키고 있고, 그 여파로 식료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정이 도심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도시 농업’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적 식량 자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팜 기술, 수직농장, 커뮤니티 기반 생산 시스템을 통해 도시 내에서 실질적인 식량 생산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ESG 기반 농업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 농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 자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대표 스타트업들의 전략과 실제 사례를 살펴본다.
‘어반팜랩’: 실내 수직농장을 통해 도심에서 채소를 키우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어반팜랩(UrbanFarmLab)’은 IoT와 AI를 활용해 도시 건물 내에 설치 가능한 수직농장(VF, Vertical Farming)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단열 효과가 좋은 폐창고, 지하주차장, 옥상 등을 활용해 LED 광원을 통해 작물을 재배하며, 토양 없이 영양분을 물에 공급하는 수경재배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어반팜랩은 3평 규모의 모듈형 농장에서 하루 30kg 이상의 상추·케일·바질 등을 수확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심 식자재 유통거리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까지 절감하는 구조를 실현했다. 이 기업의 ESG 보고서에는 ‘작물 1kg당 에너지 소모량’, ‘생산지와 소비지 간 탄소절감 거리’ 등 환경 지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현재 어반팜랩은 서울시 교육청과 협력하여 초·중학교 급식 채소를 일부 직접 공급하고 있으며, 도시 식량 자립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한 국내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또한 ‘탄소중립형 도심 급식 시스템’ 모델로 정책 시범사업에도 선정되어 전국 확산을 준비 중이다.
‘팜루프’: 도시 옥상을 활용한 커뮤니티 기반 농업 플랫폼
‘팜루프(FarmRoof)’는 건물 옥상이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도시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 농업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플랫폼형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도시 내 방치된 옥상공간에 친환경 텃밭 키트를 설치하고, 지역 주민 또는 입주 기업과 협력하여 공동 수확과 분배, 교육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제안한다.
팜루프는 단순히 재배 도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대응형 작물 추천 ▲IoT 기반 토양·수분·온도 모니터링 ▲작물 성과 자동 리포팅 등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도시형 농업 커뮤니티 솔루션을 운영한다. 이로써 지역 주민은 친환경 식재료를 얻고, 기업은 ESG 사회공헌(CSR) 활동을 강화하며, 도시는 도시열섬 효과까지 완화되는 이점이 발생한다.
2024년 기준, 팜루프는 서울, 수원, 성남 등 3개 도시에서 20개 이상의 ‘커뮤니티 옥상농장’을 조성했으며, 자체 발행한 ESG 리포트에는 ‘참여 가구 증가율’, ‘작물 자급률’, ‘커뮤니티 만족도’ 등의 정량 데이터를 포함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수치화했다.
‘에코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전환해 도시 농업 순환 모델 구축
‘에코밀(EcoMeal)’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전환해 도심 내 친환경 농업에 재활용하는 도시형 자원순환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음식물 폐기물의 수분을 감량하고, 미생물 발효를 통해 안전한 유기질 퇴비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도심 텃밭이나 실내 농장에 공급해 폐기물-생산-소비의 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에코밀은 아파트 단지, 대학교, 레스토랑 등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7일 내로 무취·무해한 퇴비로 전환하며, 생산된 작물은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된 푸드쉐어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거나 공유된다. 이 과정은 모두 ESG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되며, ‘음식물 쓰레기 저감율’, ‘작물 생산 대비 탄소저감 효과’, ‘지역사회 기여도’ 등의 지표로 투명하게 관리된다.
2025년 현재 에코밀은 서울 강북구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푸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지방정부와 협력한 ESG 실현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ESG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환경 분야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심이 곧 농장이고, 스타트업이 곧 자립의 주체다
도시 농업은 더 이상 농촌의 대안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생존하고 자립하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반팜랩은 스마트 기술로 도심 식량을 재배하고, 팜루프는 공동체와 ESG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며, 에코밀은 도시 내 자원순환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후위기 시대, 식량 생산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의 실천적 모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ESG 기준을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의 핵심 지표로 통합하고 있으며, 보고서, 정량데이터, 이해관계자 소통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도시 농업 스타트업의 성장은 기술이 아닌 지역, 사회, 환경이 연결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확장이며, 이는 곧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의 생존 전략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다.
도시 농업의 제도화와 투자 기반 확대를 위한 과제
도시 농업 스타트업의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많은 도시에서는 건축법, 토지용도 제한, 폐기물 관리 등 기존 제도들이 도시 농업의 상용화를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상 텃밭 조성 시 구조물 안전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확산되기 어려운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 농업을 공공 인프라의 일부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심형 스마트팜을 공공 급식과 연계하거나,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공유농장' 구역을 포함하는 정책 설계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ESG 투자사나 임팩트 투자기관은 이 분야 스타트업이 단기간 수익보다 사회적 기여를 기반으로 한 장기 수익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평가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스타트업 스스로도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 ▲에너지 사용량 최적화 ▲순환형 폐기물 처리 ▲지역 고용과 교육 연계 등 ESG 관점에서의 확장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반팜랩이 추진 중인 ‘학교 연계형 도시 농장’이나, 에코밀이 개발 중인 ‘제로웨이스트 푸드타운’ 모델은 하나의 기술에서 사회적 구조까지 연결하는 확장 사례다.
결국 도시 농업은 단지 채소 몇 포기를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도시가 생존하기 위한 자립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환경 기술, 지역 커뮤니티, 정책과 연계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들이 만들어낼 미래는 단순히 농업의 혁신이 아닌, 도시 자체의 지속가능성 구조를 재정의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