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한 비상장 ESG 스타트업의 보고서 공개 사례
비상장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공시 의무가 없지만, 오히려 이 점이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불확실성과 불신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곤 한다. 투자자, 파트너, 고객, 정부 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점점 더 기업의 투명한 경영, 윤리적 운영, 사회적 책임 실현 여부에 주목하고 있으며, ESG 경영 기준에서도 ‘경영 정보의 공개 수준’과 ‘외부 소통 투명도’는 지배구조(G) 항목의 핵심 지표로 간주된다.
2025년 현재, 일부 비상장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경영성과, ESG 이행 현황, 리스크 관리 전략 등을 자발적으로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수치 공개를 넘어서, 보고서 자체를 브랜드 신뢰와 시장 신뢰 확보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투자 유치와 고객 신뢰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자발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한 비상장 스타트업 3곳의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그 전략과 성과를 분석해본다.
‘오픈테크’: 연 1회 ESG 보고서 자발 공시로 벤처 투자 신뢰 확보
AI 기반 산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픈테크(OpenTech)’는 비상장임에도 불구하고 2023년부터 매년 ESG 통합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환경경영 이행 현황 ▲윤리경영 체계 ▲내부 리스크 대응 정책 ▲거버넌스 구조 등이 상세히 담겨 있으며, 글로벌 ESG 보고 기준(GRI, SASB 등)을 일부 반영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오픈테크는 보고서를 통해 ▲임직원 다양성 수치 ▲협력사 윤리 기준 적용률 ▲데이터 보안 사고 제로 건수 ▲AI 윤리 검토 회의 개최 횟수 등 핵심 ESG 성과지표(KPI)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것이 아니라, 투자자 대상 설명회(IR)와 VC 대상 ESG 프레젠테이션 시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실제로 이 기업은 보고서 공개를 시작한 이후, 국내 ESG 전문 벤처캐피탈인 ‘서스테이너블캐피탈’로부터 총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오픈테크는 “보고서 공개는 부담이지만, 시장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며, 비상장 스타트업도 투명경영을 통해 ESG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휴먼링크’: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통해 고객·직원 신뢰 모두 잡은 사례
‘휴먼링크(HumanLink)’는 지역 기반 사회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자체적으로 ‘사회적 책임 보고서(Social Accountability Report)’를 제작·공개해 왔다. 이 보고서는 재무 수치보다는 ▲사회적 성과 ▲이해관계자 영향도 ▲사회공헌 활동 ▲현장 목소리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수치화하여 정량·정성 데이터를 병행하여 공개하는 데 주력했다.
휴먼링크는 2024년 공개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 취약계층 고용 현황 및 교육 지원 수치
- 파트너 기관과의 지역 연계 성과
- 플랫폼 사용자(수혜자) 피드백 지수
- 임직원 심리안정 프로그램 참여율
이 보고서는 내부 구성원에게도 배포되어, 조직의 미션에 대한 이해도와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외부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공공기관, CSR 연계 기업, 임팩트 투자사들과의 협업을 유도하는 도구로 기능하면서, B2B 파트너십 확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
휴먼링크는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있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의미가 퇴색된다”며, 보고서가 “사회적 신뢰를 숫자와 이야기로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 사례는 ‘재무 중심 보고서’가 아닌 ‘사회적 가치 중심 보고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리서클웨어’: 자원순환 ESG 스타트업의 폐기물 추적 보고서 공개 사례
‘리서클웨어(Recycleware)’는 폐플라스틱을 추적·분류·재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한 자원순환 스타트업으로, 환경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폐기물 이력 보고서’를 정기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배출량 수치가 아니라, 각 폐기물의 수집처, 가공 경로, 탄소 절감량, 최종 제품화 여부 등을 전 단계별로 공개한다.
리서클웨어는 폐기물 추적 보고서를 B2B 고객사(대기업, 제조업체 등)에 제공하여, 고객사가 ESG 공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기업 공급망 ESG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다음 항목이 포함된다:
- 재활용 성공률 및 실패 원인
- 지역별 자원 회수 효율
- 연간 탄소 저감 수치
- 플라스틱 대체 소재 도입 비율
이 스타트업은 비상장이지만, 데이터의 정확성과 투명성, 추적 가능성을 보고서로 구조화한 덕분에, 국제 NGO 및 환경 스타트업 연합체로부터 ‘투명 순환경제 실행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업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리서클웨어는 “투명한 데이터는 국제 협력의 공용 언어이며, 보고서는 우리의 신뢰를 시각화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보고서 공개는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신뢰 전략이 된다
오픈테크, 휴먼링크, 리서클웨어 세 곳의 사례는 비상장 스타트업이 보고서 공개만으로도 ESG 신뢰도와 투자 매력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들은 자발적인 보고서를 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기업의 철학과 실행력을 수치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투명성은 상장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기업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식 문서’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게 된다. 보고서는 성과를 정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ESG 시대에 기업이 누구에게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수단이다.
앞으로 더 많은 비상장 스타트업이 단순한 사업계획서나 마케팅 자료를 넘어서, 공식 보고서 형태로 경영 철학과 실행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고객·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